아침 햇살이 마루 끝까지 스며드는 집, 그 빛이 오래 머무는 자리는 전원주택 마당 설계가 잘 된 공간입니다. 그 감정을 가능하게 하는 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기본입니다. 빗물이 머무르지 않게 물길을 잡고, 집에서 정원으로 이어지는 발걸음을 건조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일. 그 다음에야 테라스·데크, 식재·조명이 제자리를 찾습니다.

이 글은 500만 원부터 5,000만 원까지 예산에서 무엇을 먼저 하고, 무엇을 뒤로 미뤄도 되는지 단계별로 안내합니다. 지금은 전체 그림만 잡고, 자세한 기준은 본문에서 확인하세요.

핵심 한 줄: 물길과 동선을 먼저 잡고, 예산에 맞춰 테라스·식재·조명을 단계적으로 더하면 됩니다.

바로 적용: 500만 원은 청결·안전, 1,000만~2,000만 원은 배수·주요 테라스, 3,000만~5,000만 원은 프리미엄 구조·조명·관수.

비만 오면 현관 앞에 물이 고이곤 했습니다. 배수로와 경사를 손본 뒤, 다음 비가 오던 날 고임이 사라졌다는 걸 확인했죠. 테라스까지 가는 길이 하루 종일 뽀송했습니다. 전원주택 마당 설계는 이렇게 생활을 조용히 바꿉니다.

전원주택 테라스·목재 데크와 자갈길, 대형 석재 보행판, 낮은 좌벽(앉을 수 있는 벽), 다층 식재가 어우러진 아침 풍경


설계 기본 틀

예산을 논의하기 전, 다음 항목을 먼저 확정하십시오. 사용 구역(진입, 서비스 공간(쓰레기·장작·도구), 가족용 테라스·데크, 텃밭, 조용한 휴식 구역)을 분명히 나누고, 주차장에서 현관, 현관에서 테라스, 테라스에서 정원으로 이어지는 안전하고 건조한 동선을 설계합니다. 지붕 배수와 경사, 배수로, 빗물이 부지를 빠져나가는 경로를 설정하고, 겨울 바람 차단과 여름 그늘 위치를 식재나 스크린으로 계획합니다. 마지막으로 주당 투입 가능한 관리 시간을 기준으로 자재와 수종을 선택합니다.

기준 수치 한눈에 보기
  • 테라스 경사: 1~2% (집 → 바깥).
  • 주 동선 폭: 1.2m 권장(보조 0.9m).
  • 계단: 높이 150~170mm / 발판 너비 300mm.
  • 보행로 조도: 10~20룩스 (안전등 기준).

예산 구간 A — 500만 원 (소규모 개선 & DIY 친화형)

  • 이 구간의 목표: 대형 장비 없이 청결·안전과 기본 동선 확보.
  • 바로 할 일 3가지: 배수 저지대 메움 ✓ 주동선 자갈길 정비 ✓ 기본 식재·멀칭 ✓
  • 피해야 할 것: 곡선 남발, 자재 3종 이상 혼용, 조명·관수 후순위로 미루기
  • 진입·경사 조정: 손 작업으로 소규모 저지대 정리, 진입문/쓰레기 보관 구역에 자갈 5~10cm 보충.
  • 보행로 개선: 15~25m 길이의 다짐된 자갈길(콘크리트 경계 없음).
  • 소형 데크/발판: 바비큐 존이나 수도 사용 구역에 프리캐스트(공장 제작) 보도블록 6~8개.
  • 기본 식재: 내한성 관목 10~15주, 소형 관상수 2~3그루(분화 사이즈).
  • 멀칭: 유기물 멀칭 4~6cm로 잡초 억제 및 토양 수분 안정화.
  • 급수: 지중 관수 없이 호스 수동 급수(첫해 여름 필수).

제외: 구조용 목재 데크·퍼골라(테라스 그늘 구조물)·옹벽·대형 석재·정식 조명 설계.

디자인 팁: 형태는 단순하게, 직선 위주 설계가 시공과 유지관리 모두 경제적입니다. 먼저 현관과 주동선을 개선하면 체감 만족도가 가장 빠르게 올라갑니다.

예산 구간 B — 1,000만~2,000만 원 (핵심 시스템 + 일상적 편의)

  • 이 구간의 목표: 배수 문제를 근본 해결하고, 내구성 있는 테라스 중심 공간 조성.
  • 바로 할 일 3가지: 지붕 홈통 연결·팝업 배수 ✓ 테라스 15~25㎡ 시공 ✓ 저전압 조명·기본 드립 관수 ✓
  • 피해야 할 것: 과한 디테일, 곡선 과다, 설계 없이 시공부터 착수
  • 배수·경사: 얕은 배수로, 지붕 홈통 배수관 팝업, 주택 가장자리에 자갈 배수로.
  • 주요 테라스·데크: 콘크리트 보도블록 또는 방부목/합성목 데크 15~25㎡(기본 난간 포함).
  • 정의된 보행로: 금속/플라스틱 경계 포함 자갈길 30~50m, 일부 보도석 보행로.
  • 식재 구조: 중형 교목 3~5그루(둘레 10~12cm), 관목 25~40주, 지피식물 60~100포기.
  • 저전압 조명(기본): 보행로·데크 계단·수목 업라이트 등 6~10등.
  • 기본 관수: 수도꼭지 타이머 또는 소규모 구역 드립라인.
  • 텃밭: 소형 텃밭상자 2~3개, 필요 시 간이 망으로 동물 피해 최소화.

업그레이드(예산 허용 시): 기본 퍼골라(테라스 그늘 구조물)/그늘막, 목재·석재 경계, 쓰레기·장작 보관소.

현장 팁: 테라스 포장 전에 슬리브(관 통과용 파이프)를 미리 매설하면, 나중에 조명 배선·관수 추가 시 바닥을 다시 깨지 않아도 됩니다.

예산 구간 C — 3,000만~5,000만 원 (시그니처 조경)

  • 이 구간의 목표: 프리미엄 자재와 견고한 구조로 사계절 활용 가능한 야외 거실 완성.
  • 바로 할 일 3가지: 기초·배수 전면 보강 ✓ 대형 포맷 테라스/좌벽 ✓ 다구역 관수·조명 계획 ✓
  • 피해야 할 것: 과한 요소를 한 번에 모두 넣기(히어로 요소는 하나만)
  • 지형·기초: 테라스/차도 기초, 프렌치 드레인(French drain: 자갈 배수로+천공 배수관), 집수정 등 체계적 배수.
  • 프리미엄 하드스케이프: 대형 포맷 보도블록, 천연석, 합성/하드우드 데크 30~50㎡, 계단·좌벽 일체화.
  • 정원 구조물: 중·대형 퍼골라(테라스 그늘 구조물), 실외 주방 스크린, 소형 온실.
  • 옹벽/특화 벽체: 천연석·콘크리트 블록(1.2m 이상은 구조 검토 필요).
  • 즉시 효과 식재: 대형 교목 5~7그루(둘레 12~15cm+), 다층 관목, 대규모 지피, 계절 화단.
  • 관수: 구역별 드립+스프링클러, 스마트 컨트롤러와 빗물 센서.
  • 조명: 구역 제어 16~30등(계단, 벽 워시, 포인트 트리).
  • 포인트 요소: 반사 연못, 수로, 가스 파이어볼 중 한 가지.
해질녘 전원주택 테라스·데크 위 야외 식탁, 자갈길 보행석과 잔디 정원, 실내 불빛과 보행등이 어우러진 저녁 풍경



예산별 식재 전략

  • 500만 원: 강건한 수종 + 상록 구조 + 소형 다량 식재. 관리 시간을 줄이는 군식 중심.
  • 1,000만~2,000만 원: 교목–아교목–관목–지피 레이어, 수피·열매·가을색 등 사계절 포인트.
  • 3,000만~5,000만 원: 대형 수목으로 즉시 스케일 확보, 대규모 군식, 향기·야간개화 식물은 생활 공간 인접부에 배치.

공통 규칙: 적재적소(일조·풍노출·배수)를 우선하고, 드립 관수는 불규칙 수동 급수보다 식물 건강에 유리합니다. 여러 품종보다 군식이 안정적입니다.

조명·관수·배수 — 언제 무엇을 추가할까

  • 배수: 예산과 무관하게 1순위. 홈통 연장, 경사 수정, 배출구 확보.
  • 관수: 화단은 드립, 잔디는 스프링클러. 스마트 제어기로 물과 시간을 절약.
  • 조명: 안전(계단·출입구) → 분위기(수목 업라이트·벽 워시) 순으로 확장. 눈부심·이웃 방향은 피하십시오.

단계별 시공 계획(재작업 없이 가는 순서)

  1. 배수·경사 정리, 주동선 확보(차도→현관).
  2. 주요 테라스/데크 시공, 전기·관수 슬리브 선매설.
  3. 구조 식재(교목·관목)와 잔디 조성.
  4. 조명, 텃밭, 그늘 구조물, 포인트 요소.
  5. 수경·온실 등 고급 요소는 추후 예산에 맞춰 추가.

전선·관로는 초기에 매설할수록 비용이 절약됩니다.

인허가·계약·주의 사항

  • 옹벽, 데크, 이격거리, 배수 방류 등 관련 법규를 먼저 확인.
  • 계약서에 설계도면, 자재 사양(브랜드/규격), 기초 깊이, 경계 마감, 보증, 일정, 공정 기준 지급 조건 명시.
  • 경고 신호: 기초 다짐 계획 부재, “현장에서 배수는 알아서” 식 접근, 모호한 수목 규격, 전기부하 계획 누락, 과도한 추가공사 유도.

유지관리 비용 현실

초기 2년은 급수·제초·활착 관리가 많습니다. 연간 유지 예산은 초기 공사비의 2~5%를 권장합니다. 경계를 최소화하고 장비 접근성을 확보하며, 여과기가 있는 드립관을 사용하고 밀식 식재로 잡초를 억제하면 관리 시간이 줄어듭니다.

예산별 시공 범위 요약(Quick Scopes)

500만 원

  • 자갈길 20m, 프리캐스트 보도블록 8개
  • 소형 교목 2그루, 관목 12주, 지피 40포기
  • 멀칭 4~6cm, 호스 관수, 조명 없음
  • 효과: 깨끗한 진입, 정돈된 화단

1,000만~2,000만 원

  • 배수 개선(배수로, 팝업)
  • 테라스/데크 20㎡
  • 경계 포함 자갈길 40m
  • 중형 교목 3~5그루, 관목 30주, 지피 80포기
  • 저전압 조명 8~10등, 드립 관수
  • 효과: 안정적 하드스케이프, 야간 활용 증가

3,000만~5,000만 원

  • 기초·배수 전면 시공(프렌치 드레인·집수정 포함)
  • 테라스/데크 35~45㎡, 좌벽·계단 포함
  • 퍼골라 또는 실외 주방 스크린
  • 석재·블록 옹벽
  • 대형 교목 5~7그루, 다층 식재
  • 다구역 관수, 조명 20~30등
  • 선택형 수경/화염 요소
  • 효과: 사계절 완성형 경관, 강한 정체성

테라스 포장 내부 점식 배수구(캐치 베이슨)와 가장자리 자갈 배수로가 보이는 배수 디테일—대형 석재 포장재 모서리와 흙 경계


자주 하는 실수 TOP 5

  1. 경사 없이 포장부터 하는 것(물길이 먼저).
  2. 테라스와 잔디의 레벨 차 무시(3~5cm 단차 권장).
  3. 식재를 ‘종류’로 채우고 ‘군식’을 빼먹음.
  4. 조명 배선·관수 슬리브 미매설(재시공 위험).
  5. 자재 3종 이상 혼용으로 산만해짐(최대 2종+경계 1종).

FAQ

Q1. 500만 원으로도 테라스 만들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작은 규모라면 보행판+자갈 조합으로 건조한 동선을 만들고, 프리캐스트(공장 제작) 보도블록을 활용해 미니 쉼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목재/합성목 데크는 부분 시공(6~10㎡) 정도가 현실적입니다. 배수·경사가 우선입니다.

Q2. 배수는 꼭 전문가가 해야 하나요?

채널 드레인(표면 배수)이나 홈통 연장은 DIY도 가능합니다. 다만 프렌치 드레인(지중 배수: 자갈 트렌치+천공 배수관)은 경사·토양·유출 지점 설계가 필요하므로 전문가 상담을 권합니다.

Q3. 테라스·데크 중 무엇이 유지관리가 쉬울까요?

합성목 데크가 관리가 가장 쉽습니다(변색·부패에 강함). 천연석/대형 포장재 테라스는 내구성은 좋지만 초기 공정·기초 비용이 더 듭니다. 목재 데크는 도장·오일링 주기가 필요합니다.

Q4. 조명은 몇 개부터 시작하나요?

안전등 4~6등(계단·출입구·주 동선) → 분위기등 4~6등(수목 업라이트·벽 워시) 순서가 좋습니다. 변압기 1대에 저전압 조명부터 시작해 구역별로 확장하세요.

Q5. 유지관리 예산은 어느 정도 잡아야 하나요?

초기 조성비의 연 2~5%를 권장합니다. 포함 항목은 식재 보식·전정·청소, 관수 필터·노즐 교체, 포장재 이끼 제거 등입니다. 어린 식재는 1~2년 차에 관리량이 가장 큽니다.

용어 간단 설명

  • 테라스: 집과 바로 이어지는 지상층 야외 생활 공간. 콘크리트·석재·타일·목재/합성목 등으로 포장해 식사·휴식·동선의 거점으로 씁니다.
  • 프리캐스트(공장 제작):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콘크리트/석재 제품. 현장 설치가 빠르고 품질이 균일합니다.
  • 하드스케이프(비식재 구조물): 식물을 제외한 외부 공간의 구조·포장 요소(데크, 보행로, 벽, 계단, 포장재 등).
  • 프렌치 드레인(French drain: 지중 배수): 자갈 트렌치와 천공 배수관, 부직포를 이용해 빗물·지하수를 모아 안전한 곳으로 배출하는 배수 시스템.
  • 퍼골라(테라스 그늘 구조물): 기둥과 보, 상부 슬랫으로 그늘을 만드는 구조. 덩굴식물 유도 가능.

마무리

오늘의 선택은 내년의 풍경을 만듭니다. 물길과 동선을 바로잡고, 예산에 맞춰 한 겹씩 쌓아 올린 전원주택 마당 설계는 시간과 함께 깊어집니다. 서두르지 말고, 기록하며, 계절을 한 번씩 통과해 보세요. 그사이 테라스의 의자는 햇살 자리를 기억하고, 식재는 서로의 그늘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