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가 조금씩 매서워지는 계절이면, 텃밭은 누구보다 먼저 겨울을 알아챕니다. 햇빛이 낮게 드리워지고, 흙 표면에 맺힌 서릿발이 사그라들기 전에 손끝으로 흙을 살짝 눌러보면, 평소보다 더 단단하고 차갑습니다. 이런 날이면, 텃밭은 마치 속삭이듯 말합니다. “겨울을 날 작은 집이 필요합니다.”
겨울 텃밭 관리의 핵심은 토양 온기를 지키는 것이며, 그 중심에는 비닐하우스가 있습니다. 이 작은 하우스만 있으면 겨울에도 상추를 뜯고, 시금치의 단맛을 느끼고, 열무와 배추 어린잎을 꾸준히 키울 수 있습니다.
전문업체 의뢰도 많지만, 소형 텃밭은 자가 설치도 충분합니다
전원주택에서 비닐하우스를 설치할 때 규모가 조금만 크면 요즘은 전문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람 방향, 지형, 배수, 고정까지 정확히 잡아주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관리도 수월합니다.
하지만 작은 텃밭(3~6평 내외)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핵심 원리만 알면 직접 설치해도 충분히 튼튼하게 겨울을 날 수 있습니다. 자가 설치가 가능한 이유는 구조가 단순하고, 바람과 햇빛, 보온이라는 원리가 명확하며, 규모가 작으면 설치 난이도가 낮기 때문입니다.
비닐하우스를 어디에 두는지가 절반입니다
자가 설치의 핵심은 ‘어떻게 박느냐’보다 어디에 두느냐에 있습니다. 남향 또는 동남향 배치는 겨울에도 햇빛을 오래 받아 내부 온도를 높이는 데 유리합니다.
겨울철 북서풍을 피하는 자리라면 하우스가 흔들리거나 비닐이 손상될 위험이 훨씬 줄어듭니다. 또한 낮은 지형은 눈과 비가 고이기 때문에 피해야 하며, 물 빠짐이 좋은 곳이 최우선입니다.
셀프 설치는 이렇게 간단합니다
1미터 간격으로 U자형 파이프를 땅에 박아 골조를 세우고, 바람 없는 날 비닐을 씌워 양쪽을 접어 고정하면 기본 구조는 완성됩니다. 고정은 땅고정핀, 모래주머니 또는 흙포대, X자 형태의 로프 고정을 기본으로 하면 충분합니다. 전문업체 수준의 구조를 만들 필요 없이 바람, 햇빛, 고정이라는 세 가지 원리만 지키면 겨울을 보내는 데 무리가 없습니다.
비닐하우스가 생기면 텃밭의 겨울은 달라집니다
설치를 마치고 내부에 들어서면 그 차이를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바깥에서는 손이 시릴 만큼 차가운데, 하우스 안은 은근히 포근하고 흙을 손으로 눌러보면 미세하게 온기가 남아 있습니다.
하우스 안에서는 계절의 속도도 바깥보다 조금 더 느립니다. 작물은 천천히 자라고, 잎 끝에 맺힌 작은 물방울은 겨울 햇빛에 반짝이며, 공기 속에는 토양의 깊은 향이 은근하게 스며 있습니다.
비닐하우스 내부에서의 겨울 관리 요령
겨울에는 토양 온도가 낮기 때문에 햇빛이 들어 내부 온도가 조금 오른 아침 늦은 시간이 물주기에 가장 적합합니다.
또한 내부는 낮에는 따뜻하고 밤에는 급격히 식기 때문에 결로가 쉽게 생깁니다. 문을 하루 10~20분 정도 열어 환기하면 병해와 곰팡이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보온은 바닥 멀칭이 핵심이며, 검정비닐, 부직포, 볏짚 덮기 등 세 가지 방법만으로도 뿌리 보온에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겨울에 잘 자라는 작물과 관리 요령
시금치
- 추위를 만나야 단맛이 살아나며 겨울 작물 중 가장 맛 변화를 크게 보여줍니다.
- 과습에 약하므로 겉흙이 충분히 마른 뒤 물을 주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 잎이 눕거나 축 처지면 물 부족 신호이므로 그때 보충해도 늦지 않습니다.
-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가 낮아도 잘 자라 안정성이 높습니다.
상추 · 청경채 · 겨자채
- 겨울엔 잎이 단단하게 여물고 향이 깊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 평소보다 물 필요량이 적어 '적게·가끔' 원칙이 효과적입니다.
- 아침 해가 든 뒤 따뜻한 시간대에 물을 주면 뿌리 스트레스가 줄어듭니다.
- 바람길이 생기지 않도록 잎과 잎 사이 간격을 살짝 넓혀 통풍을 확보하세요.
열무 · 알타리 · 배추 어린잎
- 소형 비닐하우스에서 가장 많이 키우는 겨울 작물입니다.
- 성장 속도가 빨라 꾸준히 수확할 수 있어 겨울 밥상 활용도가 높습니다.
- 온도 변화에 민감하지 않아 초보자에게 추천되는 작물군입니다.
- 미온수로 가끔 물을 주면 뿌리가 놀라지 않고 안정적으로 자랍니다.
케일 · 루콜라 · 고수(허브류)
- 겨울 햇빛만 확보되면 은근히 잘 자라는 허브류입니다.
- 하우스 내부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면 향이 더 진하게 올라옵니다.
- 과습 시 뿌리 썩음이 오기 쉬우므로 통풍과 환기 관리가 필수입니다.
- 수확 시 바깥 잎부터 따주면 식물의 생장력이 오래 유지됩니다.
겨울 텃밭은 ‘천천히 기다림을 배우는 공간’입니다
겨울 텃밭의 매력은 느리게 자라는 데 있습니다. 작물은 서두르지 않고 하루하루 잎을 키워갑니다. 하우스 안에서 흙 냄새를 맡고, 햇빛이 비스듬히 들어오는 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전원주택의 겨울이 더 깊고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겨울 비닐하우스는 단순한 재배 공간이 아니라, 계절을 천천히 살아내는 작은 온실 같은 일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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