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정원은 소리가 다릅니다. 바람이 스칠 때 가지가 부딪히는 소리, 눈이 쌓인 뒤 더 또렷해지는 적막이 집 주변을 감쌉니다. 잎이 사라진 자리에서 드러난 나무의 형태는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을 불러옵니다. 이 시기에는 정원이 너무 비워진 것처럼 느껴져, 괜히 손을 대고 싶어집니다.
보온재를 감아야 할지, 물을 줘야 할지, 가지를 정리해도 괜찮을지. 겨울 정원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늘 같은 질문이 따라옵니다. 하지만 겨울의 조경수는 도움을 기다리는 상태가 아닙니다. 오히려 조용히 버티는 시간을 방해받지 않기를 원하는 시기에 가깝습니다.
이 글은 겨울철 조경수 관리법을 “무엇을 더 할까”가 아니라 “언제 손을 떼야 할까”라는 관점에서 정리합니다. 보온·물주기·가지치기에서 흔히 하는 실수를 줄이고, 봄 회복력을 지키는 최소 기준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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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정원에서 가장 흔한 착각
전원주택을 처음 관리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겨울인데 그냥 두면 얼어 죽지 않을까요?” 이 질문 자체가 겨울 조경수 관리의 출발점입니다. 그리고 많은 실수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보온재를 더 감고, 물을 주고, 가지를 정리해 주면 나무가 더 안전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겨울의 조경수는 대부분 과한 관리로 더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보온은 언제 도움이 되고, 언제 독이 될까
보온재를 감아주는 행동은 보기에는 성의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줄기를 두껍게 감싸는 방식은 오히려 내부 습기를 가두는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낮과 밤의 기온 차가 반복되면 보온재 안쪽에 물기가 차고, 이 습기는 수피를 약하게 만듭니다.
실제로 보온이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식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나무, 남부 수종, 바람에 그대로 노출된 위치 정도입니다. 그 외의 조경수는 뿌리 주변 토양 보호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겨울 보온의 기준은 “많이”가 아니라 “필요한 만큼”입니다.
겨울 물 주기가 위험해지는 순간
겨울에 나무가 말라 죽을 것 같다는 걱정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의 문제는 건조보다 과습입니다. 땅이 차갑고 뿌리 활동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물을 주면, 수분은 흡수되지 못한 채 토양에 남습니다. 이 물은 얼거나, 뿌리 호흡을 방해합니다.
기본 원칙은 단순합니다. 땅이 얼어 있다면 물은 주지 않습니다. 눈이 내렸다면 그 자체로 충분한 수분 공급입니다.
다만 겨울 초입, 땅이 아직 얼지 않았고 극심한 건조가 지속될 때는 예외적으로 한 번 정도의 급수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역시 ‘관리’라기보다는 상태에 대한 대응입니다.
가지치기, 지금은 아닙니다
겨울에는 나무의 구조가 잘 보입니다. 그래서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쉽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경수는 겨울에 상처를 회복할 능력이 거의 없습니다. 이 시기의 가지치기는 봄 생장을 약하게 만들 가능성이 큽니다.
겨울에 허용되는 가지치기는 명확합니다. 부러졌거나 병든 가지, 그리고 안전상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경우뿐입니다. 그 외의 정리는 봄으로 미루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입니다.
상록수와 낙엽수, 겨울의 역할은 다릅니다
낙엽수는 잎을 모두 떨군 상태이기 때문에 비교적 관리 부담이 적습니다. 뿌리 보호와 구조물 손상 방지만 신경 쓰면 충분합니다.
반면 상록수는 겨울에도 잎을 유지합니다. 이 잎은 광합성보다는 수분 증발의 통로가 됩니다. 그래서 상록수에게 겨울의 적은 추위보다 바람과 건조입니다. 이 경우 보온보다 중요한 것은 방풍입니다. 단순한 바람막이만으로도 겨울 스트레스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눈이 쌓였을 때, 그냥 둬도 되는 것과 치워야 할 것
땅 위에 쌓인 눈은 대부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단열 효과를 줍니다. 다만 가지 위에 쌓인 무거운 눈과 얼음은 다릅니다. 특히 관목이나 가는 가지를 가진 조경수는 쉽게 손상됩니다.
이럴 때는 흔들거나 두드리지 말고, 아래에서 위로 가볍게 받쳐내듯 제거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겨울 조경수 관리의 진짜 목적
겨울 관리는 겨울을 버티게 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봄에 회복할 힘을 남겨두는 과정입니다.
겨울 동안 과하게 손대지 않은 조경수는 봄에 훨씬 안정적으로 새순을 올립니다. 반대로 겨울에 너무 많은 관리를 받은 나무는 봄에 반응이 늦거나 불안정해집니다.
겨울의 정원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단순함 속에는 분명한 생의 흐름이 담겨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에도, 조경수는 봄을 준비하며 자신만의 속도로 에너지를 모읍니다. 이 흐름을 존중하는 것이 겨울 관리의 본질입니다.
정원을 오래 바라본 사람일수록 겨울에 조급해지지 않습니다. 손을 덜 대야 할 때와, 지켜봐야 할 순간을 알기 때문입니다. 겨울은 관리의 계절이 아니라 판단의 계절입니다. 그 판단이 쌓일수록, 봄의 정원은 더 건강하고 안정적인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조용한 계절을 잘 보내는 것이야말로, 가장 성숙한 정원 관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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